90- 분노와 공포

나는 몸을 숙여 바닥에서 슬리퍼를 집어 올린다. 슬리퍼를 세게 털자 유리 조각 몇 개가 떨어진다. 슬리퍼 안쪽을 손으로 훑어보고 안전하다고 확신이 들자 발에 신고 일어선다. 휴대폰을 집어 들고 조심스럽게 침실 문으로 향한다. 사실 발끝으로 걷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슬리퍼를 신은 채로 유리 조각들을 최대한 피해 발끝으로 걸어간다. 문간에 잠시 멈춰 뒤를 돌아본다. 내 침실은 마치 범죄 현장 같다. 유리 조각이 사방에 흩어져 있고, 이불과 침대 옆 테이블, 그리고 램프에는 핏자국이 묻어 있다. 발을 내려다보니 내 슬리퍼도 팔을 만졌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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